다리 혈관이 구불구불하게 튀어나오는 하지정맥류는 단순한 미용 문제가 아니라 정맥 판막의 기능 이상으로 발생하는 혈관 질환입니다. 서울아산병원 혈관외과 이상아 교수의 설명을 바탕으로 원인부터 치료까지 핵심 정보를 정리하였습니다.
1.하지정맥류의 원인, 정맥 판막 손상에서 시작된다
하지정맥류는 정맥 내부의 판막이 손상되면서 혈액이 원래 흐르는 방향과 반대로, 즉 아래쪽으로 역류할 때 생기는 질환입니다. 이 현상을 이해하려면, 먼저 정맥이 혈액을 심장 쪽으로 올리는 과정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동맥을 타고 흐르는 혈액은 심장에서 만들어낸 압력과 중력 덕분에 다리 쪽으로 쉽게 흘러갑니다. 하지만 정맥은 이와 반대로, 발끝에서 심장까지 올라가야 하기 때문에 중력을 거슬러야 하죠. 여기에 심장처럼 강하게 밀어주는 힘도 없어, 오직 종아리 근육이 수축해서 정맥을 눌러주며 혈액을 올려줍니다. 그래서 종아리 근육은 흔히 ‘제2의 심장’이라고도 불립니다. 실제로 정맥 순환에서는 이 근육이 핵심적인 역할을 합니다.
이처럼 다리에 있는 정맥에는 중간중간 판막이 있어서, 혈액이 아래로 다시 떨어지지 못하게 막아줍니다. 즉, 피가 오직 위로만, 심장 쪽으로만 흐르도록 해주는 셈이지요. 그런데 여러 가지 이유로 이 판막이 약해지거나 손상되면, 혈액이 심장이 아닌 발 쪽으로 역류하게 됩니다.
판막 손상이 가장 많이 생기는 경우는 오랫동안 한 자리에서 서 있거나, 장시간 의자에 앉아 움직이지 않을 때입니다. 종아리 근육이 제대로 움직이지 않으면 판막도 제 역할을 하지 못해, 혈액의 무게가 모두 다리 쪽 정맥에 쌓이게 됩니다. 오래 서 있다 보면 정맥 내부 압력이 높아지고, 그 결과 정맥이 늘어나면서 판막 사이가 벌어집니다. 그러면 판막이 완전히 닫히지 못하고, 흐르던 피가 다시 아래로 새게 됩니다. 이렇게 역류가 생기면 정맥 내부 압력이 더 높아지고, 판막은 점점 더 약해집니다. 결국, 이 악순환이 이어져 혈관이 구불구불하게 변형되는 하지정맥류로 이어집니다.
이런 과정을 이해하면, 하지정맥류가 단순히 외관상 보기 싫은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도 더 확실히 알 수 있습니다. 판막이 망가지고, 역류가 생기고, 압력이 또 높아지고, 판막 기능이 다시 떨어지는 고리가 반복되며 혈관 자체가 변형되어 가기 때문입니다. 오랜 시간 서서 일하는 직업, 예를 들어 교사, 미용사, 요리사, 판매직처럼 움직임이 제한된 분들께 하지정맥류가 많이 생기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반대로, 사무직처럼 앉아서 주로 일하는 분들도 종아리 근육을 거의 쓰지 않고 오래 움직이지 않으면 위험성은 마찬가지입니다. 결국 직업을 가리지 않고 누구에게나 주의가 필요한 질환이라는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
2.다양한 증상과 부종, 하지정맥류만의 문제가 아닐 수 있다
하지정맥류에는 대표적인 증상들이 몇 가지 있습니다. 다리 정맥에 혈액이 몰리면서 다리가 무겁게 느껴질 수 있고, 욱신거림이나 통증, 밤에 쥐가 나는 현상, 정맥 주변의 가려움 등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증상들은 사람마다 차이가 크고, 정맥이 얼마나 튀어나왔는지나 혈액 역류의 정도와 꼭 비례하지는 않습니다. 이 점이 생각보다 중요합니다.
실제로 혈관이 많이 튀어나와도 아무런 증상이 없는 사람이 있는 반면, 눈에 띄게 돌출되지 않아도 다리에 심한 무거움이나 불편감을 느끼는 분들도 있습니다. 그래서 겉으로 드러난 혈관 모양만 보고 하지정맥류의 심각성을 판단하기는 어렵고, 많은 분들이 이 부분을 놓치곤 합니다. 흔히 혈관이 보여야 하지정맥류라고 생각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아도 불편을 호소하는 환자들도 적지 않습니다. 반면 혈관이 도드라져 보여도 일상에 불편 없이 지내는 분도 있죠. 결국 증상만으로 하지정맥류의 중증도를 판단하기는 어렵습니다.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는 반드시 전문의의 초음파 검사가 필요합니다.
하지정맥류가 심하게 진행되면 정맥 역류로 인한 반복적인 습진, 피부 색소 침착, 울혈성 궤양 같은 피부 질환이 생길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합니다. 이러한 피부 변화는 단순히 미용상의 문제가 아니라 일상생활에 큰 불편을 주고, 방치할 경우 나아졌다가 다시 심해지기를 반복하면서 점차 악화될 수 있습니다.
또 부종도 흔한 증상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다리가 부었다고 해서 모두 하지정맥류인 것은 아닙니다. 하지 부종의 원인은 다양한데, 활동량이 줄어 종아리 근육이 약해진 노년층에서 흔히 볼 수 있고, 복부나 골반 수술이나 방사선 치료 후에도 나타날 수 있습니다. 갑상선 기능 저하, 신장 질환, 일부 고혈압약 등의 영향도 있을 수 있습니다. 만약 다리 부종이 오래가고 쉽게 나아지지 않는다면 앞에서 언급한 여러 원인을 점검해 보는 것이 좋겠습니다.
평소 다리가 자주 붓거나 무겁게 느껴질 때 단순한 피로로 넘기는 경우가 많은데, 이러한 증상이 오래 지속된다면 하지정맥류를 비롯한 다양한 질환을 확인하기 위해 전문의 상담이 필요합니다. 증상이 가볍다고 해서 질환 자체도 가볍다고 볼 수는 없고, 부종 역시 단순한 한 가지 원인만으로 발생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것이 건강을 지키는 첫걸음이 됩니다.
3.하지정맥류 치료와 예방, 수술보다 생활습관이 먼저다
통증이나 부종이 심하지 않고 일상생활에 큰 불편이 없는 초기 단계라면, 우선 압박 스타킹을 착용하고 상태를 지켜봐도 괜찮습니다. 사람마다 차이가 있지만, 혈관이 조금 튀어나온 정도라면 보통 10년 정도에 걸쳐 점차 진행되기 때문에 특별히 불편하지 않거나 미용상 큰 문제가 없다면 서둘러 수술할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피부에 습진이나 색소 침착, 궤양 같은 증상이 나타난다면 즉시 치료를 받아야 합니다. 치료하지 않으면 피부 병변이 점점 심해지고, 호전과 악화를 반복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수술적 치료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보통 초음파 검사로 어떤 정맥에 역류가 생겼는지 확인하게 됩니다. 문제가 되는 정맥이 확인되면, 그 부분을 제거하거나 막는 수술을 진행할 수 있습니다. 역류하는 정맥이 없어지더라도, 정상적으로 작용하는 다른 정맥과 깊은 정맥이 남아 있기 때문에 크게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최근에는 정맥을 직접 제거하는 수술보다는 레이저나 고주파를 이용해 정맥을 막는 방법이 많이 권장되고, 의료용 접착제를 혈관에 주입하는 방식도 사용됩니다. 하지만 튀어나온 정맥 자체를 반드시 없애야 하는 경우에는 해당 부위 피부를 절개해서 늘어난 혈관을 하나씩 꺼내야 하므로, 환자 상태에 따라 수술 자국이 생길 수 있습니다.
수술이 필요하지 않은 경우에는 압박 스타킹을 꾸준히 신거나, 종아리 근육을 자주 움직여 주는 걷기 운동 같은 보존적 치료만으로도 증상이 좋아질 수 있습니다. 예방 역시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아직 하지정맥류가 없다면, 업무 시간에 압박 스타킹을 신거나, 여유가 있을 때 가볍게 걷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도움이 됩니다. 또, 잠잘 때는 종아리를 심장보다 조금 높게 두어 혈류가 원활하게 올라가도록 해 주는 것도 방법입니다.
이처럼 하지정맥류의 치료와 예방 모두에서 중요한 원칙은 종아리 근육을 잘 써주고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만드는 데 있습니다. 값비싼 치료나 수술보다 생활습관을 먼저 바꿔보는 것이 하지정맥류 관리의 가장 실용적이고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합니다. 특히 오래 서 있거나 앉아 있어야 하는 환경이라면, 압박 스타킹 착용과 짧은 산책만으로도 충분히 예방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누구나 바로 실천할 수 있는 건강 관리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정맥류는 미용이 아닌 혈관 건강의 문제입니다. 판막 손상, 증상의 다양성, 그리고 생활습관 기반의 예방과 치료라는 세 가지 축을 이해하는 것이 이 질환 관리의 핵심입니다. 수술 여부와 관계없이 압박 스타킹, 걷기 운동, 다리 올리기 같은 작은 실천이 혈관 건강을 지키는 가장 효과적인 첫걸음임을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출처]
서울아산병원 혈관외과 이상아 교수 유튜브 영상: https://www.youtube.com/watch?v=Rh3t7ElI1d4